입기획자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는군요.

“왜냐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입기획자가 아니거든”

페이스북에서 정말 논란이 많은 넛츠컴퍼니 내용입니다. 바로 입기획자에 대해서 말하고 있네요.

제가 뭐 그리 뛰어난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연구실에서 짱박혀서 가끔 칸코레 하다가 리눅스 커널에서 좀 필요한 부분 뜯어고치다가 뭔가 알 수 없는 수학을 좀 코딩하다가 집에서 잠자는 존재일 뿐이죠. 근데, 이 내용 땜에 제가 알던 수많은 사람들이 죄다 병신 취급 받는 거 같아서 저도 글 좀 써보려고요.

저기서 떠드는 에반젤리스트랑 입기획자를 동격으로 치는 수준이..“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님 직업적으로도 여러모로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걍 싸잡아서 “떠드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거 같은데… 의도를 모르겠군요.
 
그러면서 반박 예시로 든 것이 대기업 앱을 예시로 들었는데, 애당초 특정 시장에 소규모 기업이랑 대기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앱을 낼 정도면 애당초 어디서도 비슷한 거 내놓고 기획의 안정화 역시 다 되었다는 건데 그걸 갖고 실적이 있니 없니 그래봤자…. 중소기업, 스타트업들 자금력 딸리는 걸 대기업이 네임 벨류랑 마케팅 쓰는 걸로 기본 다운로드 숫자만 좀 더 상회하면 그전에 만든 사람은 뭐 진거라도 된다는 듯히 합리화 하는 저 예시가 참… 그럼 작은 곳은 다 대기업이 기획할 만하긴 한데 아직 개발 안한 건 기획하고 개발하면 안되는 거네요? 대기업이 자본으로 밀고 베끼면 그냥 끝인데? 기획 왜해요? 개발 왜 해요? 네?
 
이 게시물은 공유가 많이 되고 해서 계속 보다보니…. 팀장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팀장님의 마인드가 바로 “기획자 == 이사 == 사업하는 사람” 입니다. 이사급 인재를 스카웃 하려고 하는 조건만 생각해서라면 저 팀장의 행동을 약간이나마(?) 변호할 수 있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누굴 뽑아야 되냐는 조건의 내용이 거의 “사장과 동일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공유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묘사가 되어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글로벌 서비스 트렌드를 정확히 꿰고 있는 사람”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땀을 흘릴 수 있는 사람”
 
이런 건 그냥 안정성을 원하는 한국의 엔젤로나 투자자들 마인드입니다. 이미 수익에 대한 검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컨텐츠나 요소가 있어야지만 투자를 하고, 그에 대해서 빨리 어느정도의 돈을 뽑아내려는 겁니다. 이런 기획 마인드 가진 사람들… 모험 안합니다. (뭐에 투자하고 하는 사람들 마인드 보시면 어떤 이야기인지 감 올겁니다. 저도 돈 불릴 땐 모험 안합니다.)
 
“프론트 페이지(서비스 화면)에 노출된
버그 하나에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
“이용자가 불편할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
두 말 할 필요 없죠? 사장님들 대표적인 마인드입니다. 개발자가, 디자이너가 다 열심히 해도 회사에서 QA 제대로 안지원해주고 하면 날 수 있는 당연한 버그도 있을 수 있고, 이용자의 불편함 또한 QA에 대한 마인드나 그와 비슷한 것에 대한 마인드가 그대로 나타나겠죠. (근데 QA 아낀다는 사장님들 이야기는 많이 못들어봤네요. 사장님이 직접 QA 하는데 QA 실력 좋은 건 많이 들어보고 겪어봤지만) 여튼 이건 개발만의 문제도, 기획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요구 하면 안되죠. 요구하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이것저것 죄다 주고있을 수준의 고수준이라면 모를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일단 서비스를 띄우겠다는 사람”
해보세요. ㅡㅅㅡ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드잡이를 불사하며
개발자, 디자이너를 컨트롤하는 사람”

경영진으로 들어오니깐 당연히 이런 건 있어야겠죠. 근데 그전의 요구사항을 봐선 제대로 된 마인드로 이걸 컨트롤 할 꺼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성공경험을 통해
어느 시점에 스케일업(규모확장)하고
어떻게 머니타이징(수익화)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

기획자로써는 당연한 결과입니다만, 기획자들이 처음 기획자가 되었을때부터 이런 걸 다 알고 들어오진 않죠? 당연히 선배들한태 배웁니다. 동업자한테 배웁니다. 이런 노하우 또한 귀중한 경험입니다. 근데 그럼 그 선배나 동업자도 저 팀장 입장에서는 입기획자군요. 만약 이런 걸 전부 경험으로 알았다면 투자비 날려먹는 기획이었어도 사장이나 이사진들이 뭐 “용서하마. 다음엔 덜 날려라.” 라면서 죄다 면책해주고 그럴까요? 경험 있는 사람들이 죄다 좋은 경험만 가지고 나올 순 없잖아요. 그래도 그나마 좀 더 나을 걸 할 수 있느냐 마냐의 것 뿐이지…

“의사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베팅할 줄 아는 사람”

 

해보세요. 이런 거 함부로 막 했다간 제대로 나가리 나거나 제대로 묵살되어서 원래 나오던 것만 나오는 게 한국 기업들이라고 배웠습니다. 이런 거 제일 엿먹인 케이스가 바로 귀뚜라미 그룹이죠. (모르면 검색해보세요. 귀뚜라미 회장은 내세울 게 기술에 대한 자기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라 학력이나 그런 걸로 부장달고 올라온 사람들 기획 어정쩡하게 내놓고 하면 대놓고 엿먹이는 거 보면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배팅하려는 것 또한 커리어의 명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어디서 자신이 기획하고 개발하고 한 내용들 외부에 발표 안하고 있으면 알아서 명성이 쌓입니까? 어디 무슨 일랜시아 접속시간 길어지면 명성 주고 하는 그런 시스템도 아니고… 앉아서 가만히 있다가 뭐 좀 제대로 수정했는데 나만 알고 나만 쓰는 거에 무슨놈의 명성…

정말 막 바빠지고 그러면 어디서 술마실 시간도 없고, 사람 만날 시간도 없고 그러겠죠. 근데 그런 게 꼭 당연하다 싶어서 그냥 짱박혀서 자기한테 틀어박혀 있는 걸 당연하게 보는 것도 그렇고, 말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죄다 싸잡아 무시하고 하는 그런 거… 진짜 보기 안좋습니다. 게시글에 있던 덧글들도 다 지우고 있는 거 같던데… 대단하네요.